최근 몇 년 사이의 우리나라 쌀값을 보고 있으면 꼭 도깨비불을 보고 있는 것 같다.

 2005년에는 수확기 쌀값이 전년보다 15%나 떨어지는 사상 최대의 쌀값대란 일어났다. 그런데 그 다음 해 수확기에는 전년보다 8% 상승하여 쌀값을 되돌려 놓았다. 다행히 2007년에는 쌀값이 안정되는 듯 했으나, 2008년 수확기에 다시 전년보다 9% 상승한 후 다음 해인 2009년 수확기에는 10% 이상 하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이런 롤러코스트 장세 속에, 통상 가격이 오르게 마련인 7-8월 단경기 가격이 전년 수확기보다 낮아지는 역계절진폭이 연이어 나타났다. 2008년산은, 수확기에는 가격이 상승하였으나 다음해 7-9월에는 수확기보다 10%나 떨어지는 역계절진폭이 나타났다. 2009년산은 수확기 값이 떨어졌는데도 다음 해 단경기 가격이 수확기보다 다시 11%나 떨어지는 이변이 일어났다. 그런데 2010년산은 수확기 이후 가격이 계속 상승하여 2009년산과 정반대로 수확기보다 가격이 11%나 올랐다. 쌀 가격 자체뿐만 아니라 계절진폭도 널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계절진폭의 널뛰기는 쌀산업에 치명적이다. 왜냐하면 계절진폭에 따라 미곡종합처리장(RPC) 등 가공유통업체의 손익이 결정되고, 그에 따라 다음 수확기 매입량이 영향을 받아 결국 수확기 농가판매가격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쌀값이 불안정한 것일까?

 쌀값도 기본적으로 수급에 따라 결정되므로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2001년 이후 생산이 감소하고는 있지만 소비감소폭이 더 커서 매년 8-9%의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따라서 쌀값은 하락추세를 나타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2005년의 폭락 이후 2008년까지 쌀가격이 꾸준히 상승했다. 이 같은 상승에는 정부의 개입이 크게 작용하였고, 결국 쌀시장이 요동칠 에너지를 비축시키는 결과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쌀값이 요동치는 또 다른 이유는 정부가 제공하는 수급정보가 매우 부정확하다는데 있다. 먼저, 이른바 감모율이 문제이다. 감모란 가공, 보관, 유통 중의 손실 등이므로 그 비율이 거의 일정하여야 하는데 정부가 발표하는 감모율이 많을 때는 12%나 되고 적을 때는 5% 밖에 안 되어 종잡을 수가 없다.

 더 큰 문제는 생산량과 소비량 정보도 부정확하다는 것이다. 작년 수확기에는 정부가 10만톤 정도 공급과잉이라고 하고, 따라서 9만여 톤을 시장에서 격리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그런데 올해 들어 정부관리 쌀을 50여만톤이나 시장에 공급하였는데도 가격은 작년 수확기보다 11%나 상승하였다. 이것은 생산량이나 소비량 정보에 큰 오차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모량, 생산량, 소비량 정보가 모두 부정확한 상황에서는 시장참여자들이 합리적으로 가격 기대치를 형성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이것은 쌀시장의 존립을 위협하는 것이다. 올 수확기 가격이 어떻게 될까? 불행하지만 아무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