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심 있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당했을 때 으례 ‘관세음보살!’ 혹은 ‘아멘!’이라고 외우듯이 우리는 식량안보하면 ‘자급률!’ 하고 주문처럼 외친다. 그 주문이 효험이 있을까? 　

 20세기는 식량 생산기술의 발전 속도가 수요 증가를 현저히 상회하여 공급초과 현상이 지속되었다. 재고는 넘치고 국제곡물가격은 장기적 하락추세를 보였다. 물론 혹간 국제가격이 폭등하였지만 그런 파동 후엔 더 큰 가격하락이 뒤따랐다. 따라서 돈만 있으면 항상 식량을 필요한 만큼 국제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었고, 식량안보를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공허한 소리, 농업보호를 위한 방편으로 인식되었다. 일본의 한 농정책임자는 ‘식량이 부족하여 나라가 위태로운 것이 아니라 나라가 위태로워 식량이 부족하다’고 설파하였다. 　

 그러나 21세기는 다르다. 우선 기후변화의 주범인 석유의 사용을 축소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바이오연료 사용을 늘리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원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면 시장에서 바이오연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는데, 에너지기술 혁명이 없다면 원유가격이 이보다 더 상승할 것이 명약관화하다는 것이다. 21세기 들어 옥수수 소비증가의 60%는 바이오연료 생산 때문이었고, 앞으로 석유가격이 상승하면 에너지부문은 곡물을 닥치는 대로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우려가 있다. 국제곡물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하던 재고는 바닥나고, 국제곡물시장이 마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곧바로 나오는 이야기가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고, 정부는 최근 자급률 목표를 상향 조정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국민 1인당 농지면적이 373㎡(113평)에 불과하여 도시국가를 논외로 하면 세계에서 가장 적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 면적은 사료곡물을 자급하는 데도 부족한 수준인데, 자급률을 얼마나 높일 수 있겠는가? 많은 비용을 들여 자급률을 몇 % 높인다고 하더라도 국제곡물시장이 붕괴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따라서 먼저 ‘과연 식량안보 대책이 어떤 상황에 대비하려는 것인가?’를 분명히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식량안보는 국제곡물시장이 상시 붕괴되는 상황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돈을 주고 필요한 만큼 사오기 어려운 상황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설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책은 자급률보다 비축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현실적인 식량안보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기간이 얼마나 지속될지를 따져서 그에 대비할 수 있을 만큼의 비축을 하는 것이다. 그 비축은 국내비축이 될 수도 있고, 곡물 수출능력이 충분하여 수출금지 가능성이 가장 낮은 나라에 비축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유사시에 대비하여 해외 창고에 쌓아 두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국제 곡물유통사업을 하면 산지창고, 수출항으로의 수송선, 수출항 창고, 국내로의 수송선박에 상시 일정한 물량을 보유하게 되므로, 이것이 유사시 비축물량 역할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일본은 사료곡물의 경우 약 370만t은 국내에 비축하고 630만t은 국제곡물유통사업으로 자연스럽게 해외에 비축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는 비축목표를 얼마로 설정할 것인가? 이것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