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가 총선에 묻혀 잘 보이지 않지만 아무래도 협상개시가 임박한 것 같다. 다행히 비농업계의 전문가들도 대부분 한중FTA가 농업에 미칠 심각한 영향에 대해 우려하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협상이 개시되면 농산물도 관세철폐라는 기본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고, 결국 농산물 협상은 민감품목을 얼마로 하고 어떤 특례를 인정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중국에서는 지금 소득격차문제가 체제를 위협하는 최대 요인이고, 이를 해소할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어떤 협상책임자도 농산물에 대해 폭넓은 예외를 인정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따라서 협상개시에 앞서 최고 수뇌 사이에서 한중 FTA가 양국에 필요하나 농산물에 대해서는 특별한 대우가 필요하다는 합의가 선행되어야 함을 주장하여 왔다. 그러나 지난번 상하이 정상회담에서도 이런 합의가 없었으므로 그 기회는 지나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 남은 시나리오는, 이제까지의 FTA에서와 마찬가지로 농업계는 농업피해를 내세워 반대운동에만 매달리는 사이 결국 FTA는 타결되고, 또 한 차례 실속없는 농업투융자지원 계획이 발표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다. 그러나 한중FTA는 다른 FTA와 달리 농업과 농촌, 그리고 국민의 삶의 질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위험성이 있으므로 이 시나리오는 피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은 농업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위험성은 낮추면서 중국도 수용 가능한 새로운 협상방식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다음과 같은 사실에 대해 농업계와 정부가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중국과 동북아시아는 한국경제에서의 중요도가 이미 미국을 훨씬 뛰어 넘었고, 이런 추세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므로 동북아시아지역 협력을 국가발전전략으로 활용해야 하고, 한중 FTA는 그 길로 가는 과정이라는 인식이다. 둘째, 그러나 대 중국 수출은 전자 화학제품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미 관세가 매우 낮아 FTA의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므로, 결국 서비스 및 투자, 비관세장벽 분야에서 이득을 기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그런데 그런 분야는 재산권 등 정치사회적 제도 및 사회적 투명성과 연관되어 FTA로 실질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매우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넷째, 반면 농수산업과 중소제조업 분야는 치명적 피해가 예상되며, 특히 농업부문에 고용된 160만명의 취업자는 거의 대부분 40세가 넘어 유동성이 거의 없고 따라서 심각한 양극화와 고용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법은 중간평가형 협상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중간평가형이란, 협상범위는 되도록 포괄적으로 하되 우선 그 영향이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개방한 후, 그 결과를 평가하여 5-7년 후 2단계 개방을 추진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 방식에 따르면 중국도 일단 농산물 분야를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고, 서비스 및 투자 분야 개방에 따른 위험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농산물 분야의 개방 폭을 일단 조절한 후 그 영향이 과연 어떻게 나타나는지, 그리고 서비스 및 투자 분야에서 실질적 이득이 실현되는지를 평가하여 2단계 개방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논의와 합의는 협상이 개시되기 전에 이루어져야 하므로 시간이 많지 않아 보인다. 농업계는 한중 FTA반대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협상방식을 관철시키는데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