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농업 문제의 근저에는 농가의 소득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농가소득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농업 문제 논의의 시작이자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통계청의 2011년 농가경제조사 결과에 의하면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가구의 60%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자 정부는 ‘농업을 주업으로 하는 농가만을 보면 도시근로자가구 소득을 오히려 상회한다’ ‘억대농부가 5년 전보다 2배로 늘었다’는 등의 보도자료를 잇달아 발표해 농가경제조사의 표본이 ‘진정한 농가’의 소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 어떤 전문가는 농가 경영주가 고령이고 교육 정도가 낮은 사람들이 많으므로 소득이 낮은 것은 당연하고, 고학력 젊은 경영주 농가의 소득은 매우 높다고도 주장한다. 　

 이를 이어받아 일간지 사설은 이제 농업도 돈 버는 사업이라며 농정도 구조개혁과 경영혁신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결국 농가소득 문제가 표본문제나 해석문제로 치부돼 정작 문제의 실상에는 근접하지도 못한 채 자유무역협정(FTA)은 속절없이 늘어가고 농정은 수출, 강소농, 규모화를 향해 뛰어가고 있다. 　

 도대체 농가소득 문제의 실상은 무엇인가? 한국은행이 총 농업생산, 총 투입 그리고 가격자료를 이용해 산출한 결과(국민소득계정)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농업에서 발생한 총 실질소득 규모가 1995년보다 38%나 감소했다. 따라서 이것을 나누어 가지려는 사람들, 즉 농가수가 그 이상 감소하지 않는 한 모든 농가의 소득 여건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농가가 그렇게 빠르게 감소해야 하는 상황이 바로 농가의 소득 문제이고, 그런 의미에서 농가소득 문제는 단순히 표본문제나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심각하게 존재하는 문제다. 　

 그럼 왜 농업 부문의 총소득이 급격히 감소한 것일까? 생산이 줄었나? 생산효율성이 떨어졌나? 앞의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2011년 농업생산량은 1995년보다 15% 늘었다. 단위 생산물당 자재와 노동 투입량은 13%나 줄어 실질 부가가치 규모는 20%나 증가했다. 요컨대 농가는 1995년 이후 지속적으로 더 많은 농산물을 더 효율적으로 생산했지만 그들이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총소득 규모는 급격히 감소하는 ‘성장과 소득의 괴리’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이것을 이해해야 농정의 방향이 올바르게 설정될 수 있다. 1995~2010년 투입재 가격은 126%, 소비자물가는 72%나 상승했으나 농산물 가격은 28% 상승하는 데 그쳤다. 결국 농업 생산은 증가하고 효율성도 향상됐지만 투입재 가격과 소비자 물가 상승률보다 농산물가격 상승률이 워낙 낮아 실질 총소득 규모가 감소한 것이다. 이렇게 농산물 가격이 다른 물가보다 안 오른 것은 무엇보다 농산물 수입량이 80%나 증가했고 국내 생산도 15%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요컨대 농가는 1995년 이후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생산했지만 교역조건이 급격히 악화돼 실질 총 농업소득 규모가 턱없이 쪼그라든 것이다. 　

 따라서 농가소득 문제를 표본문제, 해석문제, 농가 차원의 문제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FTA로 시장 개방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농산물의 실질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결국 모든 선진국이 그랬듯이 소득보전직불제를 과감히 확대해 교역조건의 악화를 상당 부분 정부가 흡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안전장치가 있어야 ‘무엇을 어떻게 하여 소득을 올릴 것인가는 이제 농가의 몫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