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지난 15일 올해 쌀 단수가 481㎏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따라서 쌀 생산량이 작년보다 3.5%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평년 단수가 500㎏ 정도이므로 이 정도의 단수라면 보기 드문 흉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모두의 관심은 ‘그렇다면 올해 쌀값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미곡종합처리장(RPC) 등 산지 쌀 가공·유통업체는 ‘올 수확기에 벼를 얼마에 사야 할지, 얼마나 사두어야 할지’를 결정하고, 농가는 ‘언제 팔아야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을지’를 저울질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단경기 가격이 수확기보다 4% 정도나 낮아 수확기에 벼를 많이 샀던 업체는 상당한 손해를 보았고, 수확기에 벼를 판 농가는 내심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그런데 2010년산은 반대로 계절진폭이 실질가격으로도 8%나 되어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었다. 올해는 어떨까? 흉작이니까 가격이 작년보다 많이 상승하지 않을까? 과연 그럴까? 여기서 두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먼저 이번 작황 추정치에 상당한 오차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15년간의 자료를 보면 10월 초에 발표되는 이른바 9·15작황보다 실제 단수가 최고 5% 정도나 많았던 해가 3번이나 있었으므로 실제 단수가 상당히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확기 가격은 생산량이라는 실제 변수보다 내년도 계절진폭에 대한 ‘기대치’에 더 큰 영향을 받고, 내년도 계절진폭 기대치는 올해의 계절진폭에 따라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올해 4%나 역계절진폭이 발생했으므로 내년도 계절진폭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히 낮을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올 작황이 실제로 상당한 흉작이더라도 수확기 가격 상승폭은 그리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송아지 가격은 어떤가? 2004년에는 1마리당 300만원이 넘었던 송아지 가격이 최근에는 100만원 수준으로 떨어져 실질가격으로는 사상 최저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떨어졌을까? 송아지 가격이 이렇게 떨어진 것은 송아지 생산마릿수가 많아서이고, 송아지 생산마릿수가 많은 것은 암소 사육마릿수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 암소 사육마릿수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작년 9월 이후 송아지 생산마릿수는 전년보다 도리어 줄어들었다. 송아지 생산마릿수가 줄었는데 송아지 가격은 왜 작년보다 30% 이상이나 폭락했을까? 그것은 송아지가격이 송아지 생산마릿수보다 미래에 대한 ‘기대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수송아지는 비육해 팔게 될 2년 후의 큰 소 가격에 대한 기대치, 암송아지는 송아지를 낳아 팔게 될 1~5년 후의 송아지 가격에 대한 기대치가 낮으면 수요가 줄어 생산마릿수가 적어도 가격은 떨어지게 된다. 　

 지금 송아지 가격이 폭락한 것은 송아지 생산마릿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미래의 가격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입식 수요가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송아지 가격이 이렇게 낮으니 송아지를 낳아야 사료값도 안 나올 지경이 되었고, 그러니 암소 도축마릿수가 전년보다 50%나 늘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어떤 사태가 올지를 모두가 생각해야 한다. 　

 요컨대 올 수확기 쌀값은 생산량이 적으니 많이 오를 것이고, 송아지 가격은 현재 송아지 생산마릿수가 많아서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해라는 것이다. 이런 오해를 바탕으로 경영을 하거나 정책을 결정한다면 위험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