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 사이 쌀값·송아지값·돼지값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정부·언론·농가 모두 문제의 실체는 놔둔 채 그림자만 쫓아 허둥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올해 벼농사는 흉작이었다. 그 영향으로 국내산 쌀 재고는 목표 비축량의 절반(39만t)밖에 안돼 언론은 쌀이 모자랄지 모른다고 대서특필하고 있다. 모두들 쌀 부족을 걱정하며 이제 쌀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야단들이다. 그 와중에 정부는 쌀값 상승을 우려해 작년보다 5% 이상 비싸게 사지도 말고 팔지도 말라고 미곡종합처리장(RPC)을 압박했다고 산지에서는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불과 2년 전에는 쌀값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60여만t을 추가 매입했고, 그 결과 국내산만도 재고가 목표량의 두배(133만t)나 됐다. 쌀은 남아돌아 천덕꾸러기였고 과잉재고를 책망하는 소리가 요란했다. 정부는 국내산 쌀도 주정용으로 싼값에 팔아치워 재고부담으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 쳤고, 논에 다른 작물을 심으면 보조금을 주는 감산정책까지 빼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불과 2년 사이의 변화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작황변동 때문이라고? 아니다. 만일 정부가 본래 목표대로 공공비축미로 72만t만 가지고 있었다면 2010년에는 쌀 과잉이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올해는 사람들이 이렇게 부족을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쌀 시장 불안은 정부가 재고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인데, 흉작에 대비하는 공공비축용·군관수용 등 정부 실수요, 그리고 대풍작시 가격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시장격리용을 뒤섞어 관리하는 한 이런 과잉 재고와 과소 재고는 반복될 것이다. 이제 정부는 쌀값이란 그림자를 허둥대며 쫓아가지 말고 3가지 용도별로 목표량과 관리방법을 정립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한편 돼지고기 가격이 작년 6월에는 1㎏당 7,200원이었으나 10월에는 3,200원으로 폭락했고, 정부는 수매비축이라는 가격지지 정책에 나섰다. 그런데 이런 요동은 예견된 것이었다. 1,000만마리에 근접하던 돼지 사육마릿수가 구제역으로 작년 3월에는 일시에 700만마리로 줄어들어 가격 상승은 불가피했다. 양돈농가는 너도나도 사육마릿수를 늘렸고 정부는 무관세 쿼터로 수입을 독려했다. 사육마릿수는 다시 1,000만마리를 바라보게 되었고 이번엔 가격 하락이 불가피했다. 그런데 이렇게 무섭게 사육마릿수가 늘어나는 것을 억제하는 아무런 장치가 없었다. 이제 정부와 양돈농가는 돼지가격이란 그림자를 보지 말고 양돈업계 스스로 사육마릿수를 안정시키는 조절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나서야 한다. 　

 한우도 마찬가지다. 2010년에 한우가격이 상승세를 보이자 너도나도 사육규모를 늘렸고 결국 올해 사육마릿수가 300만마리에 이르러 가격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2010년 마리당 250만원에 육박하던 송아지가격이 최근엔 110만원 수준으로 폭락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반대의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 암소 도축마릿수는 전년 동기 대비 30~50%나 증가하고, 인공수정 마릿수는 20% 이상 감소해 앞으로 송아지 생산마릿수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한우가격은 다시 급등하고 모두들 다시 소값 폭등 대책을 세우느라 분주할 날이 올 것이다. 이제 송아지가격이란 그림자를 쫓아 허둥대지 말고 한우업계 스스로 한우 사육마릿수가 증감하는 구조적 특징을 이해하고 사육마릿수를 안정시키는 체계를 마련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