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새 정부의 농정이 어떻게 구체화될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으나, 무엇보다 농업의 비전과 정부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것과 이를 위해 농정조직을 어떻게 개편할지가 가장 큰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정부조직 개편은 항상 정치적 이해관계와 부처 이기주의에 의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아니한 만 같지 않은 경우를 많이 보았기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려야 한다.

 우선 소비자들이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안전성 관리체계를 어떻게 정비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국민의식조사를 보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식품의 안전성문제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따라서 식품안전성 관리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이고, 동시에 국내산 농축수산물 수요를 결정하는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광우병 사태를 거치면서 선진국은 거의 모두, 각종 물질과 미생물의 위험성을 평가하는 기능은 행정부서로부터 독립된 과학자 조직이 담당하고, 그런 평가를 기초로 안전성을 현장에서 관리하는 기능은 농수산물 및 식품의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는 부서가 통합 관리하는 체제로 전환하였다. 식품의 안전성이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고, 우리나라도 이제 그런 체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수산업 담당부서가 단순히 해당 산업의 이익을 챙기는 부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혁신을 해야 한다. 이제까지와 같이 식품정책의 목적이 식품산업을 육성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면 안전성 관리를 맡길 수 없을 것이다.

 이상의 논의에 동의한다면, 모두가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는 문제인 수산업 정책을 어느 부서가 담당할 것인가는 자명해진다. 수산업의 본질이 농업과 더불어 식품생산에 있기 때문에 식품의 안전성을 담당할 부서가 수산업을 담당하는 것이 정석이고, 대부분의 선진국이 그렇게 하고 있다. 이것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소비자를 위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농업과 어업이 대부분 같은 마을에서 같은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산업정책의 효과성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얼핏 수산업이 바다에서 이루어지므로 해양 담당부서에 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될 수 있으나 아무도 국토를 담당하는 부서가 농업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새 정부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농촌 공간을 어떻게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도록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도시개발만으로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데 한계가 있음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농촌 공간이 아름답게 보전되고, 그 지역의 자원부존조건과 어우러진 산업이 발전하여 주거, 휴양, 고용의 공간이 되어야 국민의 행복지수가 높아질 것이라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제는 국토, 산업, 환경, 문화, 행정 등등 거의 모든 정부기능과 연관되어 있으므로 현 단계에서 어느 한 부서가 전담할 수는 없다. 결국 이 문제는 어떻게 그런 기능들을 조율 조정하고 통합할 콘트롤 타워를 만들 것인가로 귀착된다. 단, 그 조직은 구속력 있는 기획 기능을 가지고 관련 부처의 정책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새 정부의 특단의 결단이 필요할 것이다. 대통령 혹은 총리 직속의 위원회라는 외형적 위세만을 갖춘 조직이어서는 별다른 효과를 나타낼 수 없음을 과거에 우리가 익히 보아온 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