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득보전 직불제와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 직불제가 도입돼, 외형상 우리나라도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농산물가격이 정해진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그 일부를 농가에 직접 보전하여 주는 체제가 수립됐다. 그러나 이 제도에 대해 여러 가지 오해가 있고, 그런 오해가 제도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직불제를 농가소득 보장 혹은 복지정책이라고 오해하고 있다. 그런 오해 때문에 가격하락이 아니라 소득감소에 따라 지급하도록 바꿔야 한다고도 하고, 생산비 상승을 반영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부가 모든 농가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부조리와 불합리가 나타날 수밖에 없고, 그런 제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설사 모든 농가의 소득을 알 수 있다 하더라도 도시가구의 소득과 자산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농가가 많은데, 왜 자기보다 부자인 농가의 소득을 보장하려고 세금을 내야 하는지, 그런 것이 어떻게 복지정책이 될 수 있는지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소득·피해보전직불제는 소득보장이나 복지정책이 아니라 쌀 수매제도 폐지와 시장개방으로 농가가 직면하게 되는 가격하락 위험을 흡수하는 것이 목적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목적이 그러하므로 각 농가의 소득과 관계없이 시장가격 하락에 따라 지급액이 결정되고, 규모가 큰 농가가 많이 받는 것이 정당한 것이다. 이런 목적의 정책은 정책변화로 발생한 손실은 정부가 보전하여 주는 것이 합당하다는 ‘보상의 원리’에 따라 이론적 정당성이 있고, 이런 위험관리제도가 있어야 농가가 더 합리적인 투자와 생산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데에 현실적 필요성이 있다. 　

 두번째는 가격하락을 보전하면 농산물이 수급균형량 이상 생산돼 가격이 더욱 하락하는 역기능이 나타난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현 제도가 특정 농산물 생산을 조건으로 직불금을 지급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따라서 기준연도에 해당 작물을 재배한 농지에 대해서는 당년 생산과 관계없이 지급하는 이른바 생산 비연계 방식으로 개편하면 그런 문제는 해소된다. 일부에서는 이런 방식을 고정직불과 혼동하고 있는데, 고정직불이 아니라 미국의 소득보전직불제인 가격변동대응직불제(CCP) 방식을 따르자는 것이다. 이런 제도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이미 수십년간 실행해 온 것이므로 그들의 경험을 꼼꼼히 살펴보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셋째로 발동가격과 보전율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은데, 그것도 이 제도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제도의 목적이 가격하락 위험을 흡수하여 주는 데 있으므로 발동가격은 수매제 폐지 혹은 FTA 발효 직전의 평년가격으로 하고, 보전율은 85% 수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고 국제적 관행에도 맞는다. 다만 물가상승률이 높을수록 당초 목적인 가격위험 흡수의 실효성이 급격히 떨어지게 되므로 물가상승률이 연간 2~3%를 넘는 경우에는 그 초과분만큼 발동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더라도 실제 재정 소요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은 높지 않고, 어느 정도의 증가는 경쟁력 향상과 유통개선이란 이름 아래 쏟아붓는 수백가지 보조금을 정비하면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발동가격을 인상하면 세계무역기구(WTO)의 국내보조금 한도(AMS)를 초과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미국의 CCP방식으로 개편하면 ‘품목불특정 최소허용보조’가 되어 약 4조원까지 지급할 수 있으므로 실질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