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문제 해결해야 농업에 희망있다

GSnJ 이사장 이정환

  어느 나라에서나 농업은 가족농이 주류를 이룬다. 미국 농업하면 많은 사람들이 기업농을 떠올리지만 미국도 가족농이 숫자로는 97%, 판매액으로도 86%를 차지하는 가족농의 나라이다. 그래서 어느 나라 농업에서나 여성의 역할은 운명적이다.

  한 여성이 농업인과 결혼한다는 것은 그녀가 가족농의 일원이 된다는 것이고, 곧 농업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남성을 선택하는데 머물지 아니하고 자기의 직업을 결정하는 것이다. 여성농업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이렇게 운명적으로 농업인이 된 여성이 전체 농업 인력의 47%를 차지하고 있고, 그들은 농사일의 절반 이상을 해내는 노동자이자, 중요한 경영 관련 결정의 70-80%에 영향을 미치는 동반 경영자이다. 그리고 혹시 남편이 다른 직업을 갖게 되거나 세상을 뜨면 경영을 승계하여 혼자서 경영을 책임지게 된다.

  이미 전체 농가의 28% 정도는 여성이 경영을 책임지고 있고 앞으로 여성의 경영승계가 늘어나 머지않아 그 비율이 30%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여성 인력이 우리나라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크고 무겁다. 그런데 앞으로 농촌의 인력 수요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지금보다도 여성 인력이 더 중요해 질 것임에 틀림없다.

  농작업의 대부분과 수확 후 처리 및 판매는 전문조직에 위탁하고, 농업경영은 기획과 관리가 중심이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농업이 복합 산업화 되어 수확 후 처리 과정이 길고 복잡해져 각 단계별로 작업이 분업화되고 전문화 될 것이다. 농촌은 도시민들에게 휴양과 체험의 공간을 제공하고, 재촌 통근자와 은퇴 생활자의 거주 공간이자 문화산업과 복지산업이 입지하는 복합 생활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농촌에 서비스 인력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다양화 되어 여성 인력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여성의 중요성은 이상과 같은 비중과 의존도가 나타내는 것보다 훨씬 더 근본적이다. 여성이 농업인이 되고, 동반 경영자가 되고, 경영을 승계하게 된다는 운명에 동의하고 참여하지 않는다면 남성 농업인도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이 같은 운명적 선택을 회피하기 때문에 유능한 농업인을 확보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요컨대 농업이 가족농을 중심으로 하는 한 농업과 농촌이 여성에게 매력적이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 따라서 여성에게 합당한 지위를 부여하고 경제사회 발전에 상응하는 복지적,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켜 여성이 농업과 농촌에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은 농업과 농촌이 지속가능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여성농업인 문제는 여성의 권익 문제이기에 앞서 농업과 농촌의 현실적 필요이자 경제의 문제라고 이해해야한다. 따라서 여성인력 정책은 무엇보다 수요 변화에 대응한 다양한 교육 훈련에 집중 투자하고, 가사, 육아 등 여성의 활동을 제약하는 요소를 풀어주어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동시에 건강, 문화, 복지 여건을 개선하고, 합당한 지위를 부여하여 여성 농업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삶의 질이 향상되면 일에 대한 만족감을 높여 잠재력을 자극하고, 잠재력이 발휘되면 일에 대한 보람을 느껴 삶의 질이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실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