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20만t을 추가 매입하겠다는 위험한 결정을 했다. 이번 조치로 필요한 경우 쌀값은 정부가 조정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냈으나, 정부가 생각하는 적정한 쌀값이 불명확해 쌀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졌다.

이렇게 섣부른 시장 개입을 감행하기보다는 왜 이런 문제가 나타났는지부터 따져야 했다. 지난해 수확기 이후의 쌀값 하락은 수급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2008년산 쌀가격이 9％가 넘는 역계절진폭을 나타낸 결과 쌀시장이 불안감에 함몰됐기 때문이다. 또 2008년산 쌀이 커다란 역계절진폭을 나타낸 것은 그해 수확기에 조합에 벼 매입을 장려해 가격을 지나치게 상승시킨 때문이었다. 따라서 2008년 수확기의 오류를 반성하고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일에 머리를 싸매야 한다.

정부는 추가 매입에 이어 감산정책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그러나 감산정책은 한편에선 직불제도로 벼 재배를 장려하고 한쪽에선 벼 생산을 억제하는 모순에 빠지게 될 뿐 아니라 수급 불균형 문제를 다른 농산물로 확산시킬 우려가 크다. 더욱이 일본과 같이 생산조정정책의 함정에 빠져 영영 헤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런 위험한 결정을 하기 전에 왜 수급문제가 나타났는지부터 진단했어야 했다.

현재 쌀정책의 근간이 되고 있는 2004 양정체계는 관세화를 염두에 두고 시장에 의한 수급 조절, 직불제에 의한 소득보전, 공공비축제에 의한 공급 안정을 핵심 골격으로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변동직불제도가 큰 문제를 안고 출발했다. 당초 변동직불금은 기준연도에 벼를 심었던 농지에 대해서는 휴경하거나 다른 작물을 심어도 직불금을 지급하도록 설계됐으나, 현재는 벼를 재배해야만 지급하고 있으므로 결국 벼 생산 장려정책이 됐고, 이것이 공급 과잉의 한 원인이 됐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것부터 당장 고쳐야 한다. 그렇게 고쳐야만 쌀에 대한 변동직불금이 도하개발아젠다(DDA)에서 예외적 신블루박스 보조금이 돼 모든 보조금 한도에서 제외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쌀은 물론 다른 모든 농축산물에 대한 보조금 정책에 커다란 여유가 생기게 되므로 이러한 개선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산과 연계되지 않도록 개선해도 농가가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해 벼를 심어야만 직불금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벼 생산 장려금이 되고 만다. 따라서 당장 현재의 고정직불금부터 쌀 재배와 관계없이 지급된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 쌀의 관세화도 당장 결론을 내야 한다. 2007년경에 이미 쌀을 관세화하면 수입량이 줄어든다는 것이 거의 확실해졌으나 지금까지도 관세화는 표류하고 있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 의무수입량은 매년 2만t씩 늘고 있고, 밥쌀용으로 시중에 팔리는 쌀만도 이미 10만t에 달해 공급 과잉의 요인이 되고 있다. 감산정책을 논하기 전에 관세화를 단행, 수입부터 줄여야 한다. 관세화를 반대하는 농민단체도 문제지만 농민단체가 합의해 오면 하겠다는 정부도 답답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농민단체의 합의가 있어서 추진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