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2일 전업농신문에 실린 이정환 GS&J 이사장의 글입니다.

[전업농신문 창간 19주년 특별기고]

쌀 관세화 및 TPP와 쌀산업

GS&J 이사장  이정환

국산 쌀값 80kg 42만원 이상 올라야
TRQ 이외의 쌀 물량 수입 시작 추정

정부 FTA 등에서 쌀은 양허 제외 약속
TPP가입 적극 추진 현실적으로 어려워

쌀이 올해부터 관세화 되어 수입이 자유화 되었다. 그러나 513%라는 고율의 관세를 부담하고 실제로 수입이 이루어질까?
현재의 국제가격 동향과 환율을 고려하면 2015년 수입쌀의 국내 판매가격은 중립종이 48만원/80kg, 장립종이 29만원/80kg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이제까지 밥쌀용으로 판매된 수입쌀 가격은 국내산 최저가격보다 항상 10% 이상 낮았다.

513% 고율관세 쌀 수입 어려워

이런 경향을 반영하면 2015년에 국내산 가격이 42만원 이상으로 상승해야 TRQ(5%의 저율관세로 수입해야 하는 물량) 이외의 쌀이 수입되기 시작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현재 국내산 쌀 가격은 16만원 수준이어서 실제로 수입이 이루어지기는 매우 어렵다. 장기적으로는 어떨까?
국내산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유지되고, DDA(도하개발아젠다)에서 개도국 지위가 지속된다면 2023년에는 국내산 가격이 48만원 수준이 되어야 TRQ 이외의 쌀이 수입될 수 있고, 환율과 수출가격이 동반 급락하는 경우에도 국내산 가격이 27만원/80kg 정도가 되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설사 DDA에서 개도국지위를 상실하여 2023년에 관세가 387%로 낮아지고 환율과 수출가격이 급락하는 경우에도 국내산 가격이 적어도 21만원/80kg 수준이 되어야 TRQ 이외의 쌀이 수입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컨데 현재의 소비자 선호도가 유지된다면 앞으로 10년간 TRQ 이외의 쌀이 수입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된다.

관세화 과민반응 할 필요 없어

그러나 농가가 불안감을 완전히 거두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런 맥락에서 정부는 FTA에서 쌀은 양허 제외한다는 것을 약속하였고, 설사 수입증가로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에도 목표가격이 18만 8,000원인 변동직불제가 발동되어 피해를 상당부분 차단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요컨대 농가는 TRQ 이상의 쌀이 수입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설사 일부 수입되더라도 변동직불제에 의한 안전장치가 있으므로 관세화를 지나치게 두려워하여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TPP(아시아·태평양동반자협정)이다. TPP는 모든 상품의 관세뿐만 아니라 원산지, 검역, 표시 등 각종 비관세 무역장벽을 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현재 미국,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 12개국이 추진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이다.
이 협상에서 미국은 당초 일본에 대해 예외 없는 관세철폐를 요구하다가 현재는 일본이 쌀의 관세는 유지하되 TRQ를 증량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컨대 일본이 관세를 유지하는 데는 성공하더라도 TRQ 증량을 통해 사실상 쌀 시장을 일부 내줄 것으로 전망된다.

TPP 가입시 쌀 추가개방 불가피

우리나라는 아직 이 협상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으나 이 협정이 타결되면 조기에 가입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의 예에서 보듯이 이 협정에 가입하려면 우리나라도 TRQ 증량 등 쌀시장을 일부 추가 개방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과연 어떻게 될까?
우선 TPP 조기 타결전망이 어두워진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올해 중 TPP가 타결될 것으로 전망되었으나 통상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 의회에서 미국 정부에 여러 가지 제약을 가하여 올해 중 타결이 쉽지 않아 보이므로 우리나라의 가입논의도 그만큼 늦어질 공산이 커졌다.
그러나 설사 올해 중 타결되더라도 정부가 가입을 추진하는 데는 제약이 클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앞에서 지적한대로 정부는 쌀을 관세화 하면서 수차에 걸쳐 FTA 등에서 쌀을 양허하는 일은 없다고 약속하였기 때문이다.

쌀 문제는 정치적 부담 큰 사안

일본의 예에서 명백해졌듯이 TPP에 가입하려면 쌀의 추가개방을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결국 정부가 대 국민약속을 파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그것은 매우 심각한 정치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UR 협상에서 쌀은 시장개방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파기하여 총리와 장관이 사퇴하고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할 만큼 쌀문제는 정치적 부담이 큰 사안임을 정부는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현 정부에서 TPP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젠가 TPP에 가입하려면 쌀도 추가적인 시장개방을 하지 않을 수 없음은 분명하므로 이런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여 정부는 가입여부를 결정하고 농업계도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