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 관한 OECD와의 공동 세미나 참석

 경제사회연구회와 OECD가 공동 주최하는 한국경제에 관한 세미나가 파리 OECD 본부에서 열렸다. OECD 사무국과 회원국들에게 한국경제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기획된 행사로서 한국에서는 우리 연구원을 비롯하여 노동연구원, 보건사회연구원, KDI, KIEP, 그리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참가하여 각각의 분야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고 OECD사무국의 관련 전문가가 지정 패널로 나와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농업문제와 노동문제, 그리고 사회보장제도 문제 등은 한국이 OECD가 권고하는 기준에 미달한다는 사무국 측의 주장에 대해 한국의 실상을 알리는데 주안점이 주어졌고, 정보통신 분야는 한국의 성공담을 알리는데, 그리고 KIEP는 동북아경제 허부구상을 알리는데 중점이 주어졌다. 노동문제는 한국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과연 낮은가하는 점에 대해, 사회보장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의 보장수준이 낮은 이유와 재정계획 등을 둘러싸고 논의가 이루어졌다.

 농업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는 한국의 산업구조 변화가 다른 선진국보다 3-8배나 빠르게 진행되었고, 그 결과 농업취업자의 비중도 그만큼 빨리 감소하고, 농지의 유동과 대농 집중, 임차농의 일반화 등 농업의 구조조정이 어느 선진국보다 빠르게 진행되어 왔음을 설명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 현재 농업취업자의 94%가 40세를 넘어 비농업으로의 전직이 사실상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설명하였다. 특히 1960년 전후에 영농을 시작하여 이제 은퇴 사망까지 10년 남짓을 남기고 있는 60세 이상의 세대가 50%가 넘는 현실에 주목해야함을 지적했다. 따라서 한국 농업이 선진국들과 같은 구조에 안착하는 데는 적어도 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이 기간 동안 관세의 감축과 국내보조금의 제한 등에서 신축성이 주어져야함을 강조하였다.

 OECD 사무국의 농수산국장이 패널로 참가하였는데 그는 대단한 자유무역 신봉자로 어떠한 형태의 보호와 보조도 비효율과 왜곡을 초래한다고 주장하는 학자이다. 그는 토론에서 한국농업의 보호 수준이 너무 높다는 점을 통계자료로 제시하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였으나 동시에 한국농업의 구조조정성과와 인구구조의 특성 등 그 특수한 사정에는 이해를 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지나치게 가격 보호적 정책에 치우쳐 왔다고 주장하고 직접지불형태의 보조로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직접지불 보조금은 그린박스 형태로 정책목표에 특정된 시책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하였다. 나는 한국의 생산자 가격보조의 대부분이 쌀에 대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시장개방 폭이 확대되는 경우 쌀 농가의 소득 보전에 특정된 보조가 블루박스 형태로 당분간 불가피함을 설명하였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한국농업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되며 앞으로 그를 비롯한 중요 인사들에게 한국농업의 현실을 알리는 노력을 좀 더 활발히 할 필요를 느꼈고, 영문으로 작성된 논문들이 많이 발표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이번에 발표한 논문을 토론내용을 을 참고하여 수정 보완하여 출판하여 해외에 배포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런 토론회를 앞으로 정례화 하기로 하였으며, 앞으로 우리 연구원의 여러 전문가가 적극 참여하여야 할 것 같다.

 회의 후 포도주가 유명한 부르고뉴 지방을 방문하여 포도주의 원산지 제도와 등급화제도가 발전한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 지역 포도주 산업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이 나라 제도는 우리나라의 산지표기 제도를 발전시키는데 많은 참고가 될 것 같았다. 등급화와 생산조정 등이 발전한 과정은 매우 인상적이었지만, 그 결과 다른 지방 국가에 비해 영세한 구조가 되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상황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 생존의 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앞으로 이 곳이 어떤 노력을 통해 어떤 변화를 이루어 경쟁력을 회복해 나갈지 이들의 수백 년 지혜에 기대해 본다.

 프랑스 농촌의 경관은 정말 잘 정비되어 아름다웠고 농촌 마을도 잘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웠다. 오랜 산업화와 도시화의 역사 속에서 농촌의 토지 이용은 매우 질서 있고 모든 풍경은 조화로움을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 농촌의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앞으로 토지의 이용과 마을 개발 등이 좀더 질서 있고 계획적으로 이루어져 아름다움을 유지되도록 가꾸어가는 것은 우리의 책무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그렇지 못하면 그렇게 멀지 않은 훗날 모두 후회할 것이다.

 이번에도 인터넷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처음 묶었던 호텔은 일류 호텔인데도 모뎀밖에 안되었고, 나의 노트북엔 모뎀용 프로그램이 없어 사용할 수 없었다. 앞으로 누구나 출장 가는 경우 모뎀 프로그램, 어댑터, 인터넷용 코드 등을 잘 준비해가야 할 것이다.

아무튼 이번 출장도 나에게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생각하게 하는 매우 유익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