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인도에 가다 9]   제 3부 거리의 성자들

거리의 성자들

 본능적으로 촉수를 자극하는 것이 있다. 나는 이것을 보면 다른 것에 비해 두뇌회전이 빨라지게
되고 감각적이 되어버린다.
바로 소다.
소는 다른 동물과는 어딘지 모르게 다르다.
 인도에서 만난 소들은 무념무상한 눈동자에 느린 걸음, 거리의 성자 같은 모습으로 천천히 거리
를 배회했다. 오차의 배트와 강변에서 새끼를 거느리고 꽃잎을 따먹는 소에게  물었다.

관이 향기로운(?) 거리의 소떼들	배트와 강변에서 꽃잎을 주워먹는 소        - 대부분 먹이가 없어 말랐다.

“마담, 해피?” 묵묵부답이다.
행·불행이 도통 다 무엇이냐는 달관된 투다.
아마 이 지구상에서 인도의 소만이 천수를 다하고 죽을 것이다. 인도에서는 어디가나 소를 만날 수 있다. 실제로 여러 번, 달리던 버스가 정차하면 조수가 내려가서 도로 한복판의 소를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아수라 같은 시장 통의 중앙에 느긋하게 앉아 새김질을 하는 홀스타인은 경이롭고 신비했다. 더러 밝은 은빛 털을 가진 아름다운 소떼들이 장관을 이루며 지나가고 까맣고 몸집이 크고 뿔도 우람한 버팔로 무리들이 거리를 돌아다니다 줄지어 강가로 들어가는 것은 차라리 깊은 감동이었다.

자이푸르에서 만난 홀스타인           - 도통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소똥 말리는 광경       - 친환경의 극치를 보여준다.

  인도에서 소를 숭상하게 된 것은 자연조건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어 일어나는  인도에서 가뭄이 와서 먹을 것이 없어 소를 잡아먹다 보면 농사지을 계절이 와도 밭갈이 할 소가 없어 곤란을 겪는 상황이 이어지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 소를 먹는 것을 금지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결국 소는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보호하기 위한 방편이었던 것이다. 소똥역시 연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길거리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은 소똥을 둥글게 만들어 가지런히 말려 놓은 것과 벽에  붙여 말리는 것이다. 물론 연료가 귀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지만 참으로 친환경적인 모습이다. 종교적 믿음이나 풍습은 이렇듯 다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혹 거리에는 커다란 뿔이 관처럼 아름다운 소가 메리골드화환을 목에 두르고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은빛 털에 순한 눈망울로 무심하게 서있는 ‘거리의 성자’는 경건함 그 자체다. 뒤죽박죽 엉킨 인도거리의 여러 가지 생물들, 예건대 거지와 행상, 소와 개 등은 흘러가면서도 희한하게도 다 각자자리가 있는 듯 자연스럽게 보인다. 그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독립해 존재한다는 느낌과 아울러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아주 상반된 느낌을 주는 것으로 자연스러움과 배타성이 한 곳에 어우러진 매우 독특한 느낌이다. 소나 개, 사람까지 모두  다 오래 전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 같은 그런 느낌말이다. 

그러나 델리에 왔을 때는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자동차 경적 울리는 것을 오락쯤으로 여기는지 끊임없이 경적을 울려대는 시내 한복판에서 자동차 물결에 이리저리 치어가며 우왕좌왕하던 소들을 보니 인도인들의 소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뒷다리 하나가  잘린 채 불편한 걸음으로 서서히 골목길로 사라져가던 소도 보았다.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릿한 광경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