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빛 하늘에 물들다(2)

GSnJ 연구원 박혜진

여기는 암스테르담입니다.

 오직 설레임만 안고 첫 장거리 비행에 도전한 것은 역시나 무모한 행동이었을까? ‘12시간이나 날아가는데 책 세권 정도는 금방 읽을 거 같고...그럼 남는 시간에 뭘하지?..뭘할까??’ 하는 안일한 생각은, 팔다리가 저리고 뒷목이 뻐근해서 간신히 몸뚱이를 의자에 걸치고 있는 나를 비웃어 주고는 저~만치 가버린 후였다. 머리 속 까지 멍해지고 있던 그 때 비행기를 탄지 약 10시간만에 서로 말문을 튼 옆자리의 사내가 나를 툭툭 쳤다. “밖에 좀 봐봐요!” 몸도 움직이기가 귀찮아져서 뭐 재밌는 거 없나 간신히 눈알만 굴려주고 있던 나는 사내의 손끝으로 시선을 가져갔는데...날씨가 흐려 또렷하진 않았지만 창문을 통해 분명히 눈에 들어오는 저것은~오오오~저건~땅이다! 좀 더 가까이 보자. 저건 풍차인 거 같고, 평평한 땅을 예쁜 사각형 모양으로 갈라놓고 있는 물길들이 보인다. 아 이제 도착하는 건가. 그럼 여기 네덜란드잖아. 유럽이네. 옴마나 나 유럽에 왔어요오오~!!(겉으로는 침착한 미소를 띄어줬으나 속으로는 이렇게 울부짖었다는..)

 모든 심사를 마치고 바깥으로 나와 대한상공회의소 팻말을 든 현지가이드를 중심으로 모두 모이고 나니 시간이 꽤 흘렀다. 이 곳은 암스테르담 남서쪽에 위치한 스키폴공항. 네덜란드에서 가장 규모가 크며 이 공항이 있는 위치도 간척지의 나라답게 호수가 있었던 자리라고 한다('스키폴' 이라는 말도 '대웅덩이'라는 뜻이다).

 단원 모두 서둘러 버스를 탔다. 나 역시 마냥 신나하며 어느새 비행기 안에서의 멍했던 기억은 까맣게 잊고 열심히 눈안에 풍경들을 담기 시작했다. 네덜란드는 한국보다 8시간이 느리기 때문에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가 넘었는데 저녁먹기까지는 여유가 있어 풍차마을인 ‘잔세스칸스’ 에 가는 것으로 일정을 잡고 드디어 출발. 현지가이드는 버스가 움직이는 동안 간단히 소개를 하고 네덜란드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시작했다. 그럼 현지가이드가 설명하는 동안 이쯤에서 나는 잠깐 화제를 돌려 그동안 아무 설명없이 지나갔던 상공회의소, 단원 등등의 정체를 알려 드려야할 것 같다.

 2006년 10월 10일 GS&J 1주년 기념 심포지움이 성황리에 끝나고 다음날 출근을 하니 이정환 박사님께서 메일 하나를 보내주시면서 관심이 있으면 다녀와도 좋다고 하셨다. 메일을 열어보니‘2006년 기업문화/경영혁신 해외연구조사단 참가안내-유럽 초일류기업 방문 및 벤치마킹-’ 이란 제목의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박사님 앞으로 온 메일이었다. 10박 11일간 네덜란드, 스웨덴, 오스트리아, 독일의 기업을 방문하고 현지체험도 같이 하는 거였다. 와아 이런 프로그램도 있구나...근데, 11일이나 자리를 비워야 하고 비용도..하나도 싸지 않았다. 가고 싶은 마음보다는 걱정이 앞서는데...당장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리고 상공회의소의 담당과장님께도 전화를 해서 몇가지 여쭤보았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런 기회가 오기 쉽지 않다는 것. 신청 마감까지는 앞으로 10일 정도 남아있었지만 박사님께서 결정했는지 다시 물으셨을 때 "가보고 싶은데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워야 하고, 비용도 너무 비싼 거 같아서요.." 라고 말끝을 흐리자 그런 건 걱정말고 다녀오라고 하신다. 견문을 넓힐 필요도 있다는 말씀과 함께. 와아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박사니~임!!

 그렇게 하여 참가신청을 하고 출발하기 3일 전 결단간담회를 다녀온 나는 지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누비고 있을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