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기는 GS&J 회원회 회장이신 윤여임 대표님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지평선 끝에서 천산산맥이 끝난 것처럼 보이는 데 다가가면 어느새 겹겹이 다른 산맥이 둘러싸기를 여러 번, 산맥과 길이 숨바꼭질을 하는데 이 길은 예전의 실크로드 바로 그 길이라고 한다.

악수에서 다시 카스(카슈가르)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어제 내린 비 탓인지 여기 저기 흙탕물이 내를 이루어 흘러가고 있었다. 이제 예닐곱 시간 연달아 버스를 타는 일이 일상처럼 되어 버린 듯하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가도 가도 화장실이 없어 자연스레 사막여행의 진수를 맛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풍광 좋은 곳에 버스가 정차하면 길 양옆으로 남성용과 여성용 공간이 생기는데, 인간의 배설본능을 혐오하게 만드는 기막히게 참기 어려운 신장의 화장실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맘이 편할 지경이었다. 유료, 무료 할 것 없이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천국과 지옥의 합작품, 신장의 화장실이라니! 하기야 나중에는 오히려 모래밭을 더 좋아할 지경이었으니 말해 무얼 할까. 돌아서기만 하면 되는 남성들과는 달리, 양산과 숄로 가린 여성들이 사막에 거름을 주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볼거리였다. 처음에는 주뼛거렸던 사람들이 모여서 볼일을 보는 일은 금방 자연스러워졌다. 달린 다는 사실도 잊은 듯 한결같이 달리기만 하던 버스가 적절한 지형이 되는 곳을 만나면 두어 시간에 한 번씩 멈춰 서곤 했던 것이다.

두 번째로 정차한 곳은 위구르인들의 묘지가 모여 있는 곳이었다. 각색의 장식과 구조물이 있는 것을 보니 행세깨나 하는 사람들의 묘지인 것 같아 사진을 찍으려고 맨 앞서서 묘지로 다가갔는데 이어서 남성들의 행렬이 이어지는 것이었다.

사태를 파악하고 서둘러 사진 몇 컷을 찍고 돌아 나오며 타국의 조상들께 용서를 빌었다. “죄송합니다. 자연현상이라 어쩔 수 없으니 용서하소서… .”

 그렇게 불원천리 종일 버스를 달려 찾아간 곳은 황망한 벌판에 달랑 두기의 탑만 있는 모르 불탑 유적지였다. 모르 불탑이 보이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모르불탑은 중국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한 불교사원 유적지로 카슈가르에서 약 40km 떨어진 곳에 있다. 이 탑은 전형적인 스투파 형식을 취한 것으로 본래는 정방형 기단의 네 모서리에 계단이 있는 형태였으나 지금 은 훼손되어 형체를 짐작해 볼 뿐이다. 이렇 듯 심하게 훼손 된 데는 이슬람교가 전파된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바자르 일정도 취소 한 채 찾아 온 썰렁한 유적을 보고도 유쾌 하게 웃음으로 날려버리는 일행도 대단했지 만 그곳까지 답사단을 이끌고 온 민박사의 뚝심과 배짱은 존경할 만한 것이었다.

- 구시가지

바자르 일정을 취소한 덕에 오랜만에 일찍 호텔로 돌아와서 푹 쉴 수가 있어 개운한 맘으로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했다. 이곳에 와서 일출과 낙조를 한 번도 볼 수 없는 것은 대단히 아쉬운 일이었으나 아침부터 날씨가 어찌나 화창하고 청명한지 여기가 사막이라는 것을 잊을 지경이었다.

아침일정은 카슈가르의 구시가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북경의 어디라고 착각할 만큼 현대판으로 호화스런 도시에 허름한 구시가의 모습이 한 귀퉁이에 자리잡고 있다. 내년쯤 재개발 계획으로 헐릴 예정이라고하니 이국의 옛 정취를 경험하고픈 여행객들에게는 대단히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구시가의 가옥을 보면 대문의 상태에 따라 방문객을 허용하는 여부가 결정된다. 돈을 받고 집을 개방한 사람들은 대개 조금씩 물건을 팔고 있는데 집주인의 태도가 상반적이었다. 정갈한 환경에 웃는 모습으로 여행객을 맞는 사람과 마지못해 여행객을 맞으며 심드렁한 얼굴을 하는 사람들, 우리 눈에는 답이 보였는데 그들은 어찌 생각하는지 모를 일이다. 여행객들이 가니 아이들이 몰려들어 서로를 구경하는데 하나같이 귀엽고 예쁜 얼굴에 콧날이 오뚝한데 사진을 찍자고 하면 좋아라하기도 하고 쑥스러움을 참지 못해 뒤로 돌아서서 얼굴을 가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어디나 아이들은 귀엽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