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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9.04.22
제목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김정은의 선택 / 권태진 
첨부파일
 

2019.4.22 농민신문에 실린 GS&J 북한 동북아연구원 권태진 원장의 글입니다.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김정은의 선택

 


GS&J 북한 동북아연구원 원장 권태진

 

  

 흔히들 ‘북한사람은 자존심이 세다’고 한다. 과거 고난의 행군 시절 굶어 죽은 북한주민 가운데는 자신이 굶주리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고, 시장에서 장사라도 해보려니 다른 이의 눈이 무서워 두문불출하다가 결국 생을 마감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를 두고 자존심이 세다고 해야 할지 앞뒤가 꽉 막힌 답답한 사람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김정은정권 출범 이후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주민소득도 빠른 속도로 향상됐다. 소득증가는 식품 소비패턴의 변화로 이어질 만큼 식품 소비가 다양화되고, 소비 수준은 눈에 띌 정도로 높아졌다. 그러나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경제제재가 본격화된 2017년 하반기부터 시장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주민소득이 감소하고 식품 소비지출액도 함께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일반 도시가정의 월 소비지출액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지 않았지만, 경제제재 이후 이 비중은 50%까지 치솟았다. 또 쌀밥이 강냉이밥으로 대체되는 등 섭취하는 식품의 질도 저하됐다. 지난해 작황부진에도 불구하고 최근 북한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쌀값 하락은 주민들의 쌀 수요감소에 따른 결과라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정일시대 쌀과 옥수수의 교환비율이 1:2였던 것이 김정은 집권 이후 1:3까지 올라갔다가 최근 1:2.5로 다시 완화되는 현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쪽에서는 주민의 요구에 맞게 축산물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외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쌀조차 충분히 소비할 능력이 없어 밀가루나 옥수수로 대체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올 2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에 앞서 북한당국이 세계식량계획(WFP)에 식량지원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을 보면 최근 북한의 식량 사정이 심상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여름에도 북한당국이 자존심을 접고 한국의 민간지원단체에 밀가루 5000t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관건은 북한 핵문제의 해결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북·미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협상의 주도권은 미국이 쥐고 있다. 미국의 요구대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조기에 실현하지 못한다면 현재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노이 북·미 협상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자 북한 지도부는 또다시 자력갱생을 외치면서 주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호소하지만, 쌀밥 맛을 경험한 북한주민은 고기 맛을 기대할지언정 강냉이죽을 먹던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김정은정권 출범 이후 채택했던 경제운용 방식의 전환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주민의 생활향상을 도모하려면 자력갱생이 아니라 개방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의 방식이든 전통적인 방식이든 북한이 경제개발을 하려면 외부로부터 자본과 기술이 유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진정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면 중국이나 베트남이 채택했던 개혁·개방의 길을 따르는 것이 최선책임을 깨달아야 한다. 북한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새로운 성장모델을 추구하려고 하지만 역사적 경험에 비춰보면 시간만 지체할 뿐이다. 김정은정권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개혁과 개방이 아니고서는 그들이 원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어렵다. 이것이 진정 그들의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자 북한주민을 위한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출처:농민신문] 원문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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