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21 농민신문에 기고한 GS&J 연구위원 김태연 단국대 교수의 글입니다.

윤석열 농정 1년 평가의 기준

GS&J 연구위원 김태연

 (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윤석열정부 출범 후 1년이 지나면서 그간의 농정을 평가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년간 수행한 정책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 다소 조급하지만, 여러 여건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기에 평가를 서두르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임기가 4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선거공약 이행 여부로 농정을 섣부르게 평가하는 것은 건강한 논의가 이어지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세계적인 농정 방향과 지금까지 여러 정부가 수행했던 농정의 한계를 고려해 현 정부 농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지적해야 진정한 농업과 농촌의 발전을 위한 논의로 이어질 것이다.

세계적인 추세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 이후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농정에서 크게 변화된 것이 없다. 세부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에 변화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농업의 산업적 성장을 도모하고 환경보전 기능을 제고하며 농촌지역 발전과 공동체 유지를 지향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경제성장, 환경보전, 사회관계 강화라는 세가지 목표를 농정에서 지향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학자가 지난 20여년간 지속가능한 농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농정에 제대로 수용되지 못하면서 우리는 지금까지 농업의 산업적 성장도 농촌의 환경보전도 이루지 못했고, 농촌지역은 소멸위험에 처했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좁기 때문에 농업의 규모화가 불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산업적 성장보다는 중소농 생존에 중점을 뒀던 것이 문제였다. 농업에 대한 환경규제는 농민의 생산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농업환경 정책을 제대로 도입하지 못했던 것도 실수였다. 탄소중립(Net Zero·넷제로)을 선언했던 지난 농정에서도 환경조치 도입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또 공동체활동은 공익활동이므로 정부가 보조해야 한다는 인식에 얽매여 공동체 주도의 자율적인 활동이 농촌에서 확산되지 못했다. 말하자면 지난 30여년 동안 농정 패러다임이 제대로 변하지 못한 것이다.

윤석열정부 농정 1년에 대해서는 이런 상황을 돌파할 방향으로 농정개혁이 진행되는지를 두고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기본 방향은 농업과 농촌에서 경제적 성장이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적 성장, 환경보전, 공동체 복원 등 모든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활동이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수입을 창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활동이 이뤄지도록 농정이 펼쳐져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산업적 성장’ 지향성을 명확히 제시하는 이번 정부 농정은 기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도를 명확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기득권과 낡은 인식에 근거한 반대와 저항이 있겠지만, 제대로 추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산업적 성장에 환경과 공동체 활성화 방안을 연계해야 한다. 그동안 해보지 못한 ‘환경보전 농정’을 도입해야 한다. 전통적 농법으로 환경과 생태계를 복원하자는 것이 아니다. 환경분야의 혁신기술을 적용해 농업의 환경보전 기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농촌 환경을 복원하며 농촌의 경제적 성장과 공동체 회복을 동시에 달성하도록 농정이 진행돼야 한다.

다원적 가치를 지향하는 농정이 바로 이런 것이다. 여러 가치가 단순히 병렬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융합하고 연계해서 시너지를 발산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을 민간이 주도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지난 정부가 가지 않은 길을 윤석열정부 농정이 갈 수 있도록 해야 우리 농업과 농촌이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농민신문] 원문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