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가을부터 쇠고기 원산지 및 한육우 구분 표시제 단속을 강화한 결과 한우 가격이 8％ 상승하고 생산액은 1조원 이상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이 결과는 정부가 나서야 할 자리에 나서면 돈 들이지 않고 큰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음을 웅변하고 있다. 만약 이 같은  표시제 강화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 한우시장은 어떻게 되었을까. 고급육 생산 지원이니 사료값 보조니 하는 데 예산을 쏟아부었다면 어찌되었을까.

시장은 우리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분명히 말하고 있고, 농가는 그 같은 시장의 신호를 명석하게 알아차려 반응한다. 그러나 정부는 농업 생산과 농산물 유통을 누가 맡아야 할지를 정부가 정하고, 그런 주체가 성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믿는 것 같다. 더 나아가 어떤 품종을 심어야 하고 유통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정부가 정하며, 그런 품종을 심는 농가와 그런 유통을 하는 업체를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또 많은 사람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농가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정부가 정하고, 그렇게 실행하는 농가를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 20년 사이 시설농업이 우리 농업의 주류를 이루고, 농지의 30％ 이상이 3㏊ 이상의 대농층에 집중되는 변화가 일어났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은 면적은 그중 7~8％에 지나지 않는다. 그 큰 변화는 농가의 자발적 판단과 자체 자금으로 이뤄졌다는 말이다. 따라서 정부는 투자를 결정한 농가가 자금이 부족한 경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금융제도를 잘 정비하면 된다. 다만, 시장개방으로 일시에 가격이 폭락하면 농가가 그 충격을 감당할 수 없고 그래서 투자를 주저하므로, 미국이나 유럽연합(EU)과 같이 정부가 그런 위험을 완화해 주는 직불제도를 적절히 마련해 주면, 농가가 그 안에서 어떻게 대응할지를 훌륭하게 결정할 것이다.

 사람들은 이른바 ‘친환경 농산물’을 얼마나 생산할지를 정부가 정하고 그런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를 특별히 지원해야 한다고 굳게 믿기도 한다. 그러나 ‘친환경 농산물’이 아닌 것도 위험한 것은 아닌 이상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할지 말지는 농가에 맡겨야 하고, 얼마나 생산돼야 할지도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는 교통사고보다 식품 안전성을 더 두려워하고 ‘친환경 농산물’이 진짜 안전한지 믿을 수 없어서 비싼 값을 내기를 꺼린다. 만약 소비자가 확실히 믿을 수만 있다면 ‘친환경 농산물’ 소비가 껑충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믿을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 모두에게 알리고 철저히 감시하는 일을 하면 된다.

 또 정부는 어떤 농촌관광사업을 해야 할지를 정부가 정하고 그런 사업을 하는 농가와 마을에 보조금을 줘야 한다고 믿는 것 같다. 그러나 농촌이 아름답고 깨끗하게 보존되면 농촌 공간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고, 농촌은 이를 활용해 ‘제주 올레길’에서 보듯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농촌 공간은 농업과 토지 이용이 친환경적이어야 이뤄지므로 정부는 그 기준을 정해 널리 알리고 엄격히 감시하는 일을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