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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0.01.06
제목
2019년 한국농업 / 양승룡 
첨부파일
 

2019. 12. 31 농민신문에 실린 GS&J 연구위원 양승룡 고려대 교수의 글입니다

 

   

 

2019년 한국농업

 


GS&J 연구위원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정부가 올 11월 반환점을 돌았다. 그러나 현 정부에 대한 농업계의 평가는 냉랭하다. 대통령의 농정공약 가운데 어느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명시하겠다는 첫번째 약속은 이제 아무도 염두에 두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집권 초기에 시도한 헌법개정이 무산되자 그대로 공약(空約·헛된 약속)이 되고 말았다.

 

대통령이 직접 농업을 챙기겠다며 약속한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도 집권 3년차에 간신히 출범했지만 아직도 의제설정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부, 농업계, 시민단체,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와 동일한 구성의 패널들을 모아 의견을 청취해야 할 만큼 우리 농업현장이 한가하지 않다. 언론보도에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지만 올해도 많은 수의 농민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것이 농업의 현실이다.

 

얼마 전 대통령이 참석한 ‘농정틀 전환을 위한 2019 타운홀미팅 보고대회’에서도 농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는 거의 없었다. 대통령이 강조한 ‘사람·환경 중심의 농정’이라는 훌륭한 캐치프레이즈가 농민들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하지 않다. 혹시라도 국민을 위한 농업이라는 구호가 농업의 또 다른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실제로 정부는 농업분야의 세계무역기구(WTO) 개도국 지위포기라는 결정을 일방적으로 발표함으로써 이 정권의 농업관을 분명히 드러냈다. 미국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요구했다고 알려진 이 사안에 대해 농업계를 설득하거나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명분이 약하고, 당장 농업에 미칠 악영향이 없다는 것이 정부가 내세운 논리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의 부당한 통상압력에 굴복해서일 것이다. 또는 한국이 명실공히 선진국이 됐음을 선언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1996년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기폭제가 됐던 경험을 잊어선 안된다. WTO 선진국 선언이 우리 농업에 어떤 문제를 가져올지 신중하게 검토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부에서도 농업은 여전히 비농업계를 위한 희생양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이미 대통령 공약으로 내세웠던 공익형 직불제를 개도국 지위포기 대책으로 들고나와 농업계의 비난을 샀다. 현행 농정체계를 공익형 직불제 중심으로 개편하는 이 사안 역시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보상체계로서 공익형 직불제의 명칭은 합당하다. 그러나 쌀 변동직불제를 폐지하고 논과 밭 농가에 동일하게 하후상박의 방식으로 고정직불을 확대하는 내용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

 

쌀농가의 소득안전망이 위협받으면 쌀 생산이 줄어들어 수급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우리 농업 전체가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식량안보는 위협받을 것이고, 다른 작물 재배로 전환된 논은 농업 전반에 상시적·순차적 수급불균형을 야기할 것이다. 변동직불제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자동시장격리제는 개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논과 밭이 제공하는 공익적 가치가 동일한지, 소농을 우대하는 직불제가 농업경쟁력을 저해하지 않을지 숙고가 필요하다.

 

국민을 위한 농업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농민이 행복해야 한다. 현 정부의 농정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미국 영화제목을 생각나게 한다. 필자는 가끔 “역시 농민을 위한 정부는 없다”라고 중얼거린다. 농민을 위한 정부는 농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내년은 총선이 있는 해다. 농민을 위한 국회의원과 정당을 만드는 것이 2020년 농민들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농업의 정치력을 복원하는 데 모든 농민이 힘을 모으기 바란다.

 

[출처: 농민신문] 원문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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