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10 농민신문에 실린 GS&J 연구위원 이선철 감자꽃 스튜디오 대표의 글입니다.

[사시사철-이선철] 농촌으로의 휴가

 
GS&J 연구위원 이선철

 (감자꽃 스튜디오 대표)

  온 나라가 용광로 같은 폭염으로 난리지만 그래도 강원도는 견딜 만하게 더운 게 다행이다. 줄줄이 이어지는 고속도로의 차량 행렬을 보면 일년 중 가장 붐비는 휴가철임을 실감한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여름 한철만이라도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오랜만에 자연을 찾아 떠나서 건강하게 에너지와 영감을 얻는 휴식과 치유가 필요하다.

　필자가 있는 곳은 강원도 평창의 조용한 산골이지만 이때만큼은 우리 마을도 분주해진다. 펜션이나 식당·물놀이장은 대목을 만난다. 산마다 강마다 계곡마다 왁자지껄 오랜만에 활기를 띤다. 읍내의 마트나 오일장도 낯선 사람들의 행색이 눈에 띈다.

　요즘은 농촌도 관광객들을 맞는데 적극적이다. 마을마다 독창적인 이름을 짓고 관광센터도 만들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멋진 여름축제를 주최하기도 한다. 주민들은 교육을 받고 가이드로 활약도 한다. 홍보에도 열심이어서 농촌으로 휴가나 여행을 권하는 일에 온 마을이 나서기도 하고 관련 기관이 휴양마을이나 체험마을을 소개하기도 한다. 농촌관광을 통해 농산물 판매나 도농교류의 계기로 삼으려는 노력도 함께 이뤄진다. 그래서 농촌관광의 열기는 요즘 날씨만큼이나 뜨겁다.

　편하게 쉬고 놀고 오자면 아무래도 잘 알려지고 검증된 관광지나 명승지가 매력적이고, 먹고 자는 일도 리조트나 전문 관광시설이 좀 더 편리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름의 창의적인 여름휴가를 시도해 보려는 사람들에게 농촌은 또 하나의 대안으로 좋은 관광지가 될 수 있다. 경탄을 자아내는 대자연이나 깜짝 놀랄 만한 대형 이벤트가 있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농촌은 나름 소박하지만 아름답고 청정한 생태환경을 가지고 있다. 맛있는 토속음식과 푸근한 인심도 큰 장점이다. 그리고 농촌으로의 관광에는 단순히 먹고 마시고 노는 것 이상의 가치 있는 체험도 있다. 단순한 소비만이 아니라 교육적 요소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농촌으로의 여행이 즐거운 추억이 되려면 주민이나 관광객 모두 조금은 더 세심한 준비와 배려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애초부터 농촌이 관광을 목적으로 생긴 곳은 아니니 아무래도 마을마다의 편차도 있고, 그 서비스에 전문성이나 숙련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각종 시설은 다소 엉성할 수도 있고 주민들 모두 갑자기 능수능란한 관광요원으로 변신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가끔은 외지인들을 향한 까닭모를 적대감이나 퉁명스러움에 당혹스러울 때도 있고, 반대로 농촌 주민들이 방문자의 무례함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얼굴을 붉히는 일도 있다. 그래서 각자의 문화를 존중해 서로 배우기도 하면서 즐거움을 나누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농촌으로의 여행은 일반 대중관광과 달리 마을과 주민으로부터의 총체적 체험에서 오는 심리적·감성적 요인이 중요하다. 농촌관광은 규모나 시스템보다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상호 간의 호의와 환대에 만족도가 크게 좌우되니 주민들도 자연스런 일상에 잠시 각별한 정성을 더한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방문객도 고향의 가족이나 친척을 찾는 마음이면 된다.

　억지로 손님을 맞고 억지로 즐거운 척하는 것보다는 마음을 열고 서로 친구가 되겠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결국 농촌으로의 여행은 직원과 고객의 입장이 아니라 함께 즐긴다는 마음으로 잠시 같이 한 식구가 되어보는 관계의 체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