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19 농민신문에 실린 GS&J 연구위원 양승룡 고려대 교수의 글입니다.

사료가격 담합 처리과정을 보고

 
GS&J 연구위원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경쟁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의 원동력이다. 공정한 경쟁은 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기술개발을 촉진해 지속적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자본주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은 1890년 연방독점방지법(셔먼법)을 제정해 담합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으며, 우리도 헌법 119조 2항에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는 국가의 의무를 명시함으로써 공정거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경쟁을 피하고 담합을 통해 독과점적 이익을 추구하는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담합은 경쟁을 통한 경제의 건전한 성장과 부의 공정한 배분을 저해하기 때문에 금지돼야 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림·카길·CJ 등 대규모 민간 사료업체들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담합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고 판정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관련 매출액 13조원의 0.58%에 해당하는 77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징금 규모가 담합을 통한 추정 이익에 비해 적게 책정된 아쉬움은 있으나 공정거래위원회의 노력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연이은 자유무역협정(FTA)과 곡물가격 폭등으로 축산농가의 생존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시점에 사료업체들의 담합은 힘없는 농업인들에게는 파렴치한 행위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런 사료업계의 담합을 축산농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축산단체와 농정당국이 오히려 두둔하고 나서는 믿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국민일보>의 7월20일자 보도에 따르면 대한한돈협회를 비롯한 18개 축산단체는 사료업계에 대한 과징금이 사료가격 인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사료시장의 경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사료업체 간 담합은 어려운 상황이며, 축산농가의 가격협상력이 사료회사보다 오히려 높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의 검토의견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이러한 행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과 결정에 영향을 주고 결과적으로 사료업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사료가격 담합의 기본과징금 부과율이 3년 전 비료 사례의 3%나 2014년 평균 4.16%에 비해 훨씬 작은 수준으로 결정된 배경에 이 같은 의견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축산단체의 우려대로 만약 과징금이 사료가격 인상으로 귀결된다면 그 자체가 사료업계의 우월한 가격결정력을 의미한다. 지난 한해 농협사료가 세번에 걸쳐 가격인하를 하는 동안 민간 사료업체들이 일제히 모르쇠로 일관한 것도 담합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민간사료업체들의 명시적·묵시적 담합구조를 깸으로써 합리적이고 경쟁적인 사료가격을 가능하게 하고, 사료산업의 효율적 구조조정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이제 공은 법정으로 넘어갔다.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료업체들이 소송을 제기한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사료원료를 공동으로 구매하고, 사료가격을 담합하는 사료업계의 관행을 뿌리 뽑아 공정한 경쟁을 통해 축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축산단체와 농정당국은 이제라도 축산농가를 불공정거래로부터 보호해 경제정의를 세우고 축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본연의 임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