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기는 GS&J 회원회 회장이신 윤여임 대표님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설핏 한 숨을 잔걸까, 부산스런 기내의 움직임에 눈을 떠 창밖을 보니 망망한 운해에 한 줄기 붉은 빛이 가로지르며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도착시간이 멀지 않았다. 8월의 태양은 새날을 맞아 온 세상을 달굴 듯 그렇게 온몸을 불사를 것이다. 저 태양이 바로 그 태양일까? 수억 ․ 수천 년의 자취를 더듬으며 지나 온 바로 며칠간의 일들이 아스라하게 느껴지는 시간여행에서 돌아오는 데는 다섯 시간이면 족했다.

  인천공항이 가까워오자 태양은 자취를 감추고 박무가 드리우고 있었다. 밤 비행을 무사히 끝내고 지상에 안착하는 대붕(大鵬)의 굉음에 몸을 맡기며 이제 나는 현실을 향해 깨어나야만 한다. 영원을 향해 가는 대자연속에서 흘러가는 한 점 같은 짧은 인생, 조상들의 발자취에서 배운 삶에 대한 진지함과 겸손함을 전리품 삼아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만남과 헤어짐, 기쁨과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내 인생 최고의 여행은 끝이 났다. 내 삶 어딘가에 구석구석 자리하고 있을 어렵고 고통스런 일이 있을 때 박물관에 누워있던 미이라를 생각할 것이다. 결국 고통이란 시간 안에 갇힌 순간의 것이라고. 사는 것이 심드렁해지고 시시해질 때는 열사의 사막을 따라 실크로드를 개척했던 선각자를 떠올리며 한 번 뿐인 삶이 얼마나 진지하고 유쾌해야 하는지를 생각할 것이다.

 중앙아시아학의 대가 민병훈 박사의 유물 ․ 유적에 대한 아름다운 영감과 열정이 빚어내는 열매를 체험한 이번 여행이, 젊은 고고학도 은하에게 학문적인 풍성한 영감과 학자로서의 자세를 배우는 일대 전환점이 되었을 거라고 믿는다. 어떤 난관도 굴하지 않고 우리 사회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희망제작소의 사람들, 대표이사를 모셔야 하는 가장 부담스런 여행임에도 재치와 성의를 다해 유쾌한 여행을 만드는데 앞장섰던 하나투어의 사람들, 초등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한 사람처럼 일사불란했던 답사단 여러분, 여행은 한마디로 말하면 결국 ‘만남’이다. 새로운 문물과 풍정, 그리고 사람들과의 만남,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을 떠올리며 여독이 채 풀리지 않았는데도 나는 벌써 사막이 그립다.  

   (사진 도움 주신 민병훈 박사님, 오문수 선생님, 권혁세 대표님 감사합니다. )